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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문제로 다퉜는데 싸우다보니 헤어졌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연애를 시작하지만, 언제나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신기하게도 헤어진 연인들이 상담에 들어오면 거창하고 큰 사건 때문에 헤어진 경우보다, 일상 속 아주 조그만 말다툼이 불씨가 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말투가 거칠었다거나, 답장이 조금 늦었다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들 같은 경우다. 처음에는 "다음부턴 조심해 줘"라고 가볍게 말했던 문제였는데, 이상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목소리가 커지고 화가 나서 결국 "우리 그냥 헤어져!"라며 이별을 통보한다. 그러나 그건 그 순간의 감정이었지 진심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고서야 후회하지만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정말 그 사소한 문제 하나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사랑이 통째로 날아간 것일까? 사실 그 안에는 우리 몸과 마음의 아주 과학적인 비밀이 숨어 있다. 사소한 불씨를 거대한 산불로 키워버린 우리 몸속의 생존 스위치, 그리고 서로 너무나도 다른 대화 스타일의 충돌을 이해하면 왜 이런 비극이 생기는지 알 수 있다.

우리 몸속에 숨겨진 서바이벌 스위치: 자율신경계

아주 먼 옛날, 사냥으로 생존하던 인류는 사냥에 앞서 온몸에 긴장이 바짝 들어가면서, 몽둥이를 들고 맹수와 맞서 싸우거나 전력을 다해 도망쳐야 했다. 이 때 맹수와 싸우려고 할 때와 도망칠 때를 결정하는 신경계를 자율신경계라고 한다. 갈등에 대처하는 반응을 연구한 신경 과학자 월터 캐넌은 우리 몸이 큰 스트레스나 위험에 부딪혔을 때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활발해져서 싸울지 도망갈지를 결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반응을 투쟁-도피 반응이라고 이름 붙였다.

우리 몸은 위협을 느끼는 순간, 더 잘 대처하기 위해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고 긴장도를 극도로 끌어올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연인과 대화하는 중에 갈등이 생기는 상황에서도 우리 몸은 이 스위치를 켠다. 상대방이 찌푸린 표정을 짓거나 내 의견에 반대하는 순간, 우리 뇌의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라는 부분이 비상을 선언한다. 비록 내 앞의 상대가 무서운 맹수가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이라 할지라도, 우리 몸은 "비상사태다! 당장 살아남을 준비를 해라!"라고 판단한다. 이때 생각과 행동을 조절해 주는 이성적인 뇌 부분은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추고, 오로지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동물적인 뇌가 주도권을 갖는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라면 쓰지 않았을 거친 말과 태도로 갈등에 뛰어들게 된다.

불같이 달려드는 투쟁(Fight) 유형의 속마음

갈등이 생겼을 때, 투쟁 반응이 나타나면 몸 안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긴장 호르몬이 잔뜩 뿜어져 나온다. 이 호르몬 때문에 심장이 아주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며, 심지어 귀가 더 잘 들리고 머리가 평소보다 엄청나게 빨리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주변 시야가 넓어지고 상황에 극도로 예민해져서 오로지 눈앞의 갈등 상황에만 모든 정신이 쏠려버리는 과각성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 빠진 투쟁 유형은 이 갈등을 지금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다른 일상생활을 전혀 하지 못한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갈등 상황만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기 때문에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결판을 내야만 안심이 된다. 그래서 이들은 상대방을 가로막고 "지금 당장 대화로 끝내자!"라고 압박하거나,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조목조목 꼬치꼬치 따지며 이기려고 달려든다. 머리가 너무 팽팽하게 돌다 보니 자기주장에 너무 강한 확신을 갖게 되고, 이 싸움에서 논리적으로 이겨야 관계가 원래대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실제로는 싸워서 이기면 오히려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관계를 완화하기 위해 싸워서 이긴다.

동굴 속으로 도망치는 도피(Flight) 유형의 속마음

반대로 위협을 느끼는 갈등 상황이 오면, 맞서 싸우기보다 얼른 멀리 도망쳐야 살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투쟁 유형과는 완전히 다른 신체 증상이 일어난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고 어떤 생각도 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의 소리가 물속에 잠긴 것처럼 먹먹하게 흘러든다. 심한 경우, 심장 부근에 극심한 통증과 스트레스가 밀려와서, 숨이 턱 막히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거나 한없이 무기력함을 느낀다. 이들에게는 이 싸움의 자리 자체가 온몸을 무너뜨리는 무시무시한 고문인 셈이다.

도피 유형의 뇌는 온통 쉬고 싶다거나 이 끔찍한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가득 찬다. 이 사람들은 이기고 지는 문제로 다투다가는 오히려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가 산산조각 나버릴 것이라고 깊이 염려하기도 한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위험한 폭풍우를 피해 자리를 비우고, 나중에 마음을 진정시킨 뒤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가장 좋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입을 다물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거나 연락을 피하는 것은 상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마음에 큰 과부하가 걸려 나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간절한 몸부림이다.

투쟁과 도피가 만날 때

투쟁 유형과 도피 유형이 연인으로 만났을 때 한쪽의 든든하고 주도적인 모습과 다른 쪽의 온화하고 평화로운 모습에 매력을 느끼지만, 갈등 앞에서는 완전히 천적 같은 관계가 되어 서로를 괴롭히는 괴물이 된다.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되면, 투쟁 유형은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헤아리지 못하고 강하게 몰아붙이고, 도피 유형은 뇌 작동이 멈춰버려서 두려움을 느끼며 침묵을 지키거나 자리를 피해 동굴 속으로 숨어버린다. 이때 투쟁 유형은 도피 유형의 차가운 태도와 침묵을 소통 단절과 무시 그리고 위협으로 느껴서, 감정이 날카로워지고 상처가 되는 거친 반응을 쏟아낸다. 그 결과로 도피 유형은 깊은 상처를 받으며 동굴 문을 닫아버리거나 이별을 통보한다.

투쟁 유형과 도피 유형이 엇갈리며 매일같이 반복되는 사소한 다툼을 벌이는 동안, 비록 그 내용이 사소하다 할지라도 갈등 유형의 차이로 인해, 긍정적인 자극을 모두 갉아먹고, 미움과 서운함과 같은 부정적인 자극만 남겨놓는다. 긍정보다 부정이 훨씬 많아져 마음에 깊은 흉터가 가득 쌓이면 사랑의 신뢰기반이 붕괴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고작 양말 뒤집어놓기 같은 사소한 발단으로 싸우기 시작했는데, 서로의 생존 스위치가 켜져 물고 뜯고 피하는 비극적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우리는 역시 맞지 않는 사이구나"라고 오해하며 차갑게 이별을 선택한다.

사랑을 지키는 소중하고 쉬운 해결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따뜻한 사랑을 계속 지켜갈 수 있을까?

  1. 첫째, 동굴로 잘 도망치는 도피 유형의 파트너라면 갈등 상황에서 무조건 자리를 피하거나 방어적으로 침묵하는 행동을 멈추어야 한다. 만약 머리가 정지되고 가슴이 답답해서 대화를 계속할 수 없다면, 상대가 버려졌다고 느끼지 않도록 안심시켜 줄 수 있는 약속을 건네는 것이 좋다. 바로 대화를 단절하고 숨지 말고, 솔직하게 "지금은 머리가 멈춰서 아무 생각도 안 나. 나한테 30분만 생각할 시간을 주면 다시 돌아와서 차분하게 대화하고 싶어"라고 내 상태를 말로 든든하게 설명해 주고 안전 신호를 남긴다.
  2. 둘째, 불같이 밀어붙이는 투쟁 유형의 파트너라면 말의 속도와 높이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상대방의 침묵과 도망이 나를 싫어해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저 상대방의 뇌가 잠시 작동을 멈추고 쉬고 싶다는 아주 힘든 신체적 반응을 보내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더 빠르게 해결하자고 몰아세우지 말고, 상대의 말이 느리거나 멈추더라도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의 뇌가 다시 굴러갈 수 있도록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양보하며 따뜻하게 기다려준다.
  3. 셋째, 긍정적 반응을 부정적 반응의 5배 이상 해준다. 관계의 성패를 결정하는 학문적 원리 중에는 존 가트맨이라는 저명한 학자가 연구한 가트맨 비율이라는 게 있다. 가트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 5:1로 나타나야 행복한 관계를 유지한다. 즉, 사랑을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다투거나 상처 주는 부정적인 상호작용보다 최소한 5배는 많아야 관계의 만족도가 유지된다.

사소한 일로 다툴 때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동물적 본능이 깨어난다는 것을 미리 기억해 두는 것은 정말 큰 무기가 된다. 다툼이 밀려올 때 한 호흡만 멈추고 10초 동안 깊은 숨을 고르는 훈련을 통해 우리 뇌가 '연결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보자. 서로를 적이 아니라 한 팀으로 받아들이고, 갈등 상황에서 발생하는 상처 너머에 있는 아름답고 든든한 좋은 기억들을 되새길 때, 서로의 사랑을 계속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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