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갖자"는 말은 이별 신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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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갖자는 말의 의미?
'시간을 갖자'는 말은 이별 통보일 수도, 관계 재정비 요청일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밝힌 이유와 기한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므로 말 한마디로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관계 지속 의사, 원하는 변화, 재대화 시점의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 첫째, 관계 지속 의사: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지, 이별을 고민하는 것인지 확인한다.
- 둘째, 원하는 변화: 지금 어떤 점이 힘들고 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묻는다.
- 셋째, 재대화 시점: 언제 다시 대화할지 시점을 정한다.
시간을 갖자고 말할 때 유형은?
'시간을 갖자'는 말은 의도에 따라 네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유형마다 상대가 바라는 것이 달라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 관계 미래의 불확실성: 궁극적으로는 더 이상 이 관계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을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그렇다고 당장 헤어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 잠깐 시간을 가져 보자, 생각해보자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 현실적 사정: 이사나 취업, 유학, 군대, 부모님 반대 등 현실적인 상황 문제로 더 이상 답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 갈등 뒤 진정: 너무 극단적으로 싸움이 치달을 때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한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당장 헤어지게 될 때 선택하게 된다.
- 서운함 표현: 그만큼 내가 힘들고 서운하다 라는 걸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쓰기도 한다. 건강한 방법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못 알아들을 것 같을 때, 마치 이별 통보에 대한 예고편으로서 사용한다.
시간을 갖자는 말을 들으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시간을 갖자'는 말을 들었다면 먼저 이유와 기한을 차분히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유와 기한이 없으면 기다림이 길어지고 판단 기준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꺼낸 말일 수도 있고, 순간 감정으로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갖자고 말한 사람도 힘들지만, 이 말을 듣게 된 입장은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시간을 본격적으로 가지기 전에 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대화할 수 있는 주제부터 물어보세요.
- “시간을 가지고 싶은 이유와 언제까지 갖고 싶은지 기한을 알려줄 수 있을까?”
- “우리 관계를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일까, 아니면 감정을 가라앉히고 싶은 걸까?”
- “시간을 갖는 동안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대해 정해보자.”
등과 같이 구체적인 대화가 우선입니다.
상대가 답하기 어려워하면 재촉하지 않고 언제 다시 얘기할 수 있는지 정해보세요. 다만 그 시점마저 모호하고 기다려야 한다면 여러분이 기다릴 수 있는 한계선을 정하고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갈등 상황에서 한 사람은 대화를 요구하고 다른 사람은 대화를 회피하는 행동이 반복되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Schrodt 등(2014)이 총 14,255명이 포함된 74개 연구를 종합한 결과, 요구-철회 행동과 요구-철회 패턴은 개인 관계 의사소통의 부정적 결과와 중간 정도의 관련성을 보였습니다. 당장 대화하기 어렵다면 대화를 계속 요구하거나 피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시 대화할 시점을 함께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가 익숙해져도 상대의 마음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Kilpatrick 등(2002)의 신혼부부 연구에서 세 측정 시점의 참여 규모는 각각 55쌍, 52쌍, 40쌍이었으며, 보정된 공감적 정확성의 평균 점수는 18.74, 12.71, 11.85로 첫 측정 시점보다 이후 두 시점에서 유의하게 낮았습니다. 이 연구가 경청 습관의 감소나 “시간을 갖자”는 말의 발생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관계가 익숙해졌다고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안다고 가정하기보다, 지금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지 직접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관계가 익숙해질수록 상대방의 말을 듣고 마음을 헤아리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을 갖자'는 말이 나오기 전, 서로의 이야기에 충분히 귀 기울이고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 전달법이란 무엇인가?
나 전달법(I-message)은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중심으로 말하는 화법입니다. Gordon(1970)이 제안했습니다. 시간을 갖자는 말을 꺼내기 전에 쓰면 비난으로 들리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내 감정 표현 예시
- “나는 요즘 대화가 줄어서 서운해”
- “나는 지금 그 말을 듣고 놀랐어.”
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뒤에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도 나눌 수 있습니다.
-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 “나한테 혹시 말 못했지만 지금은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 “나한테 서운한 점이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말해줄 수 있을까?”
나 전달법은 어떻게 구성되나?
이 글에서는 나 전달법의 취지를 연인 간 대화에 적용해, 상황과 감정을 설명한 뒤 구체적인 요청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정리하겠습니다.
- 첫째, 상황(사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실제로 일어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 예시: "요즘 우리 대화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을 때"
- 둘째, 감정: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 예시: "나는 서운하고 조금 멀어진 것 같아 속상했어."
- 셋째, 요청: 상대방에게 바라는 행동이나 변화 방향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 예시: "앞으로 하루에 10분이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어."
나 전달법 문장
- “요즘 우리 대화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서 나는 서운하고 멀어진 것 같아 속상했어. 앞으로 하루에 10분이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어.”
상황 -> 감정 -> 요청 순서로 이야기하면 상대방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관계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생각할 시간은 언제 가져야 할까?
갈등이 격해졌을 때는 잠시 멈추고 감정을 가라앉힌 뒤 다시 이야기하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 다만 멈춤이 회피가 되지 않도록 재대화 시점을 함께 정해야 합니다.
Gottman과 Levenson(1992)이 부부 73쌍을 4년 간격으로 조사한 결과, 대화 중 긍정 부정 행동의 균형을 기준으로 분류한 비조절 집단에서는 71%(22/31쌍)가 그 기간에 결혼 관계의 해소를 고려했다고 응답했으며, 조절 집단에서는 33%(14/42쌍)가 그렇게 응답했습니다.
감정이 격해져 서로의 말을 듣기 어렵다면, 대화를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할 시점을 정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 “지금은 감정이 격해져서 대화가 어려울 것 같아. 1시간 동안 각자 진정하고 다시 이야기하면 좋겠어.”
시간을 갖자는 말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뜻일까?
'시간을 갖자'는 말만으로 헤어질 마음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상대가 밝힌 이유와 기한에 따라 관계 재정비일 수도, 이별 준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 다 관계 유지를 원한다면 가장 힘든 문제를 순서대로 이야기하고 변화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 첫째, 관계 유지 의사 확인 - "나는 우리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데 너도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궁금해."
- 둘째, 상대방의 고충 이해 - "네가 그동안 우리 관계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을 말해줄 수 있을까?"
- 셋째, 문제 해결 논의 - "우리가 같은 문제로 힘들지 않으려면 어떤 것을 바꾸면 좋을까?"
Overall과 McNulty(2017)는 커플의 갈등 의사소통에 관한 연구들을 검토한 리뷰 논문에서, 직접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대화가 심각하면서 변화 가능한 문제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문제가 경미하거나 상대가 변화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 문헌
- Schrodt, P., Witt, P. L., & Shimkowski, J. R. (2014). A meta-analytical review of the demand/withdraw pattern of interaction and its associations with individual, relational, and communicative outcomes. Communication Monographs, 81(1), 28–58.
- Kilpatrick, S. D., Bissonnette, V. L., & Rusbult, C. E. (2002). Empathic accuracy and accommodative behavior among newly married couples. Personal Relationships, 9(4), 369–393. https://doi.org/10.1111/1475-6811.09402
- Gordon, T. (1970). P.E.T.: 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The Tested New Way to Raise Responsible Children. Peter H. Wyden.
- Gottman, J. M., & Levenson, R. W. (1992). Marital processes predictive of later dissolution: Behavior, physiology, and health.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3(2), 221–233.
- Overall, N. C., & McNulty, J. K. (2017). What type of communication during conflict is beneficial for intimate relationships?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13, 1–5.
